하드고어적 묘사와 충격적 반전으로 미스터리 팬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선사한 <살육에 이르는 병>의 아비코 다케마루가 쓴 '탐정영화'라는 제목의 탐정영화를 둘러싼 본격 미스터리 소설. 촘촘한 서술과 정교한 트릭으로 영화 속 밀실살인의 진범을 찾는 추리대결의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추리소설과 탐정영화의 접목이자 두 장르의 형식 자체를 제재로 삼은 메타픽션으로,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독 초콜릿 살인사건>처럼 다수의 등장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점에서 다중추리 미스터리의 대표작, 작중에 사용한 트릭과 같은 트릭을 쓴 대표작으로 즐겨 거론되는 작품이다.
영화사 FMW의 대표이자 서스펜스 오락영화의 귀재 오야나기 감독이 결말 촬영만을 앞두고 실종되자 영화사 직원과 스태프, 그리고 이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에 앞뒤 재지 않고 투자까지 했던 여섯 명의 무명배우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다. 다급해진 스태프들은 감독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얻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감독이 찍어놓은 96분 분량의 필름을 전제로 범인을 추리해 영화를 완성하려 한다. 여섯 명의 배우와 세 명의 조감독, 그 밖의 스태프들은 십 분 남짓한 영화의 결말을 찍기 위해 시나리오 콘테스트를 열고, 누가 범인이어야 가장 그럴듯한 영화가 될지 고심한다. 그리고 제출된 시나리오들의 결함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하나의 시나리오를 택한다.
사라진 감독과 영화 필름에 숨은 트릭을 찾아라!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의
영화광적 조예와 정교한 트릭이 빛나는 다중추리 본격미스터리
『탐정영화』는 하드고어적 묘사와 충격적 반전으로 미스터리 팬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선사한 『살육에 이르는 병』의 아비코 다케마루가 쓴 ‘탐정영화’라는 제목의 탐정영화를 둘러싼 본격미스터리다. 촘촘한 서술과 정교한 트릭으로 영화 속 밀실살인의 진범을 찾는 추리대결의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낸 이 소설은 추리소설과 탐정영화의 접목이자 두 장르의 형식 자체를 제재로 삼은 메타픽션으로,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독 초콜릿 살인사건』처럼 다수의 등장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점에서 다중추리 미스터리의 대표작, 작중에 사용한 트릭과 같은 트릭을 쓴 대표작으로 즐겨 거론되는 작품이다. 요네자와 호노부가 후에 『바보의 엔딩롤』을 통해 다시 한 번 이 콕스풍의 영화 메타미스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혔듯 소설의 제목은 멜 브룩스 감독의 ‘무성영화 만들기를 그린 무성영화’인 <무성영화>(1976)에서 아이디어를 빌렸다.
감독밖에 모르는 절대 유일의 결말을 추리해가는 배우와 스태프
진짜 범인은 누구? VS 누가 범인이라야 영화가 재밌을까?
영화는 폭풍우에 갇힌 저택(밀실)에서 왕년에 유명한 배우였던 한 부인이 자살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저택에는 부인의 딸과 조카, 의사와 입주간호사, 고용인이 있고, 산사태를 피해 이 저택으로 찾아든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삼십대 남자(탐정 역할)가 있다. 부인의 방에서 유서가 발견되고, 얼마 후 간호사가 자기 방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응접실 소파에 뉘어진 여자의 시신. 유리창을 흔드는 강한 비바람. 뭔가를 숨기는 듯 초조하기만 한 여섯 남녀……
영화사 FMW의 대표이자 서스펜스 오락영화의 귀재 오야나기 감독이 결말 촬영만을 앞두고 실종되자 영화사 직원과 스태프, 그리고 이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에 앞뒤 재지 않고 투자까지 했던 여섯 명의 무명배우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다. 감독은 예고편을 만들어 공개하고 극장까지 잡아둔 상태로 사라졌고, 개봉일에 맞춰 완성하지 못하면 무리하게 투자를 받은데다 담보대출까지 막대해 영화사는 파산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다급해진 스태프들은 감독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얻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감독이 찍어놓은 96분 분량의 필름을 전제로 범인을 추리해 영화를 완성하려 한다. 여섯 명의 배우와 세 명의 조감독, 그 밖의 스태프들은 십 분 남짓한 영화의 결말을 찍기 위해 시나리오 콘테스트를 열고, 누가 범인이어야 가장 그럴듯한 영화가 될지 고심한다. 그리고 제출된 시나리오들의 결함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하나의 시나리오를 택한다. 감독의 구상했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찾은 해답은 과연 감독의 구상을 넘어서는 것일까? 도대체 감독은 왜 사라졌던 걸까?
실종됐던 감독은 이들이 영화를 완성한 직후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후반 작업을 모두 마친 최종 필름의 0호 시사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감독이 끝까지 함구했던 영화 속의 숨은 트릭을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경악하고, 이어 환호한다!
능청스런 트릭, 단서의 절묘한 배치, 반전이 봉합하는 산뜻한 결말까지
트릭 본연의 재미가 번득이는 시네마틱 본격미스터리
실종된 감독이 영화 촬영 전부터 결말을 확실히 구상하고 있었다는 점, 그때까지 촬영한 영상과 주어진 시나리오, 영화 세트 하나하나가 모두 추리의 실마리가 된다는 점, 그리고 영상에 찍히지 않은 것은 복선이 될 수 없고, 같은 배경 같은 세트를 써야 한다는 것 등 이 작품에는 추리를 제한하는 단정적 요소가 많아 수수께끼 풀이라는 미스터리 본연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영화 시작 부분에서 자살한 것으로 비치는 저택의 여주인이 실제로는 배우가 아니라 스태프의 어머니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대사 없이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하는 조건으로 출연한 일반인이기에 이미 죽은 부인이 실은 살아 있었다는 식으로 재등장하는 일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는 제한이 추가된다. 결국 영화 제작자의 메타 시점에서 볼 때 결말의 가능성은 최대한으로 닫힌 상태이고, 책과 독자의 메타 시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고 추리해야 한다는 다중구조의 설정이 되는 셈인데, 이것이 오묘한 재미를 더하며 메타미스터리의 효과와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물론 이 소설에는 『독 초콜릿 살인사건』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논리적인 추리나 심오하고 농밀한 토론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이 사건의 해결 과정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탐정도 추리 마니아도 아닌 영화 마니아들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 작품은 왕도적인 탐정소설을 풍자한 듯한 일종의 리얼리즘소설 또는 리얼리즘영화를 풍자하는 미스터리에 가까운데, 극적 설득력과 자극적 결말로 감탄을 자아내는 추리가 아니라 오히려 직선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그래서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추리들이 속출해서 적절한 균형으로 유쾌한 독서를 유도하다가 마지막 반전에서 이 모든 것을 뒤엎으며 허를 찌르는 트릭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현실과 영화를 경계 없이 질주한다!
작가는 후기를 통해 이 소설을 “미스터리 독자들을 위해,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는데, 가네시로 가즈키의 『영화편』처럼 『탐정영화』에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영화광적 조예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편린들을 곳곳에서 즐겁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살인목격>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데니스 크리스토퍼 같은 영화 오타쿠 미즈노와 그에 못지않은 영화광인 주인공 ‘나’가 심심풀이로 주고받는 영화퀴즈는 영화에 심취한 팬들에게 흥미 만점의 보너스와도 같다.
이 밖에도 현실에서 영화 속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과 영화 속의 사건 전개가 시간 순으로 병렬 서술되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독자가 실제로 참여하는 듯한 감상을 준다는 점도 특별하다. 또 영화 속 캐릭터와 소설 속 현실의 등장인물들이 겹치면서 그들의 인물상이 미스터리해지고, 모두가 범인일 수도 있는 열린 가능성 때문에 각 인물에게 골고루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효과도 자아낸다. 영화와 현실을 함께 지켜보는 듯한 이러한 감상은, 홍수로 인한 촬영장비 유실과 주연배우의 건강 악화, 제작비 부족 등 온갖 악재가 겹쳐 촬영 일주일 만에 중단돼버린 영화 <로스트 인 라만차>(2005)를 떠올리게 한다. 조니 뎁이 단역으로 출연했던 이 영화는 촬영이 무산되기까지 일주일의 촬영 분을 모아 다큐멘터리로 개봉됐는데, 『탐정영화』를 끝까지 감상한 독자라면 이 소설과 영화 <로스트 인 라만차>가 오버랩 되면서 한층 더 오서독스한 재미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一如既往地 好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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